정치라는 거대한 연극, 그리고 관객이 된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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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거리는 언제나 뜨겁습니다.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광장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깃발로 나뉘어 있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가족들의 저녁 식사 자리조차 정치적 견해 차이로 인해 보이지 않는 전선(戰線)이 형성되곤 합니다. 우리는 특정 정치인을 마치 구세주처럼 떠받들거나, 반대편의 인물을 악마화하며 서로에게 혐오의 언어를 쏟아냅니다. 그런데 잠시 멈춰서 생각해 봅시다. 과연 그들은 우리의 이토록 열렬한 헌신과 희생을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들입니까?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해 내 이웃과 가족을 헐뜯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의 주인이 범할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자기비하일지도 모릅니다. 팬덤 정치의 함정: 대리인에게 영혼을 맡기다 정치의 본질은 '자원의 권위적 배분'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낸 세금을 어디에 쓰고, 우리 사회의 규칙을 어떻게 정할지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은 국민에게 고용된 '대리인'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그들에게 잠시 권력을 위임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은 단순한 공복(公僕)을 넘어, 아이돌이나 종교 지도자의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과오에는 눈을 감고, 상대 진영의 작은 실수에는 맹렬히 달려드는 '내로남불'의 태도는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스포츠 팀을 응원하는 훌리건의 심리와 유사합니다. 내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반칙도 불사하고, 상대 팀을 적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승패가 갈리는 게임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현실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순간, 그들은 국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지지층, 즉 '콘크리트 지지층'만을 믿고 오만해지기 시작합니다. 역사적으로 권력은 견제받지 않을 때 반드시 부패했습니다. 우리가 그들의 팬이 되기를 자처하는 순간, 그들은 우리의 지배자가 되려 할 것입니다. 적대적 공생: 그들은 싸우는 척하며 건배한다 로마 제국의 통치 전략이었던...

12월의 끝자락에서 띄우는 안부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2월입니다. 달력의 마지막 한 장만이 위태롭게 매달린 이 시기가 되면, 우리는 누구나 철학자가 됩니다. 지나온 열한 달의 시간을 되감아보며, 숱한 후회와 아쉬움, 그리고 찰나의 기쁨들을 반추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12월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상 열두 번째 달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매듭이자,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쉼표이며, 때로는 마침표이기도 합니다. 이 계절, 당신에게 진심 어린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야누스의 두 얼굴과 시간의 매듭

고대 로마인들은 1월을 '야누아리우스(Januarius)'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문의 신'인 야누스(Janu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야누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 하나는 뒤를 돌아보고 다른 하나는 앞을 내다봅니다. 12월의 끝자락에 선 우리의 모습이 바로 이 야누스와 같습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를 응시하며 회한에 잠기면서도, 다가올 미래를 향한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품습니다.

역사 속에서도 연말은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농경 사회에서 동지(冬至)는 태양이 가장 약해졌다가 다시 살아나는 부활의 시점이었습니다. 어둠이 가장 긴 밤을 견뎌내야 비로소 빛이 길어지는 시간이 도래한다는 자연의 섭리는, 우리 삶의 고난과 회복을 은유합니다. 당신의 지난 1년은 어떠했습니까? 혹시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는 않았는지요.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가장 깊은 밤은 곧 빛이 돌아올 징조임을 말입니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마음의 공간

연말 인사를 건넨다는 것은 단순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의례적인 덕담을 나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나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존재의 확인이며, 소원해진 관계를 다시 잇는 화해의 손짓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연락처 목록을 훑어보며, 마음의 빚으로 남은 이름들을 떠올려 봅니다. 용서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철학자들은 말합니다. 한 해 동안 묵혀둔 미움과 오해의 감정들을 털어버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송년(送年)일 것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시간성'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보았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기에 매 순간이 소중합니다. 12월은 이 유한함을 가장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달입니다.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합니다. 욕심을 비우고, 자책을 비우고, 나쁜 기억을 비워낸 자리에 비로소 새로운 희망과 다짐이 들어찰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속 방에도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따뜻한 난로를 지필 공간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써 내려갈 첫 페이지를 위하여

이제 우리는 다시 출발선에 설 준비를 합니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은 '끝은 시작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12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면 태양은 어김없이 다시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해가 바뀌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의 태도가 바뀌는 것입니다. 지난 실수들은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이름의 자산이 되어줄 것입니다.

당신에게 보내는 이 인사가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작은 온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지나간 슬픔은 눈 녹듯 사라지고, 다가올 기쁨은 봄날의 새싹처럼 돋아나기를 기원합니다. 올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당신이 그곳에 존재해주어서, 우리는 또다시 함께 내일을 꿈꿀 수 있습니다. 부디 따뜻하고 평안한 연말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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